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형체 없는 영혼" 캐스트 작성 후기

(2/7 오전 10:35 추가)
활동을 지속하기에 제가 너무 어리석어,
캐스터를 비롯한 던파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로 확정했습니다.
그간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염. 캐스터 케펨입니다.


[가상 업데이트) 형체 없는 영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캐스트가 오던에 오르고
1년 좀 넘은 활동 기간 중 처음으로 세 자릿수 좋아요를 받아보고
과장 섞인 칭찬 댓글들도 많이 받고 있으니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아무튼 그런 덕에 후기글을 좀 더 당당히 캐스트로 우려먹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으시면 클릭 → [결론: 이게-왜-캐스트?]




Q. 뭐 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컴퓨터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정보'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컴퓨터교육과의 주 목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약 5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정보 교사 TO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과 선배들 대부분은 IT·금융 업계로 취직을 하셨고
과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교육학과 컴퓨터공학을
아예 따로 가르치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습니다.

저도 그 방향에 동참하다가
4년 동안 잠시(?) 휴학을 했는데
그 사이에 갑작스럽게 정보 교사 TO가
무시무시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자연히 과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교수님들도 적극적으로 돕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도 교직 생활을 상상해보았는데,
과연 내가 뒤쳐지는 아이와 앞서가는 아이 사이에서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균형 잡힌 수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TO는 여전히 많은 편이니 임용 준비를 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저는 교편보다는 키보드가 마음에 편안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진로 고민 중에 이런 생각이 듭니다.

A. 교재 만드는 사람이라 하면 어떨까요?

제 캐스트들을 오래 보아 오신 분들이 이 말에 공감하시면 좋겠는데요,
저는 정보의 재구성 능력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잡하게 흩어진 정보들을 끌어 모아서
잘 정돈되어 윤곽이 뚜렷한 형상으로 만드는 것 말이에요.

휴학 기간 동안 마냥 던파만 하지는 않은 덕에
그럴싸한 말주변과 디자인·편집 기술을 익혔으니
던파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이걸 한 번 써먹어 보자,
교재 같은 것을 만들어 보자 했던 것입니다.
이왕이면 이쁘게요.

그 첫 글이 바로 [테이 방어구 요약]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이어 올린 테이 방어구 업글 효율 순서가
18년 11월 19일 오던에 가게 되자
제 스스로의 가능성을 본 것 같습니다.
'이거 된다.'

그 후로 던파 캐스터에 지원을 하고
여차저차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나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가 될 줄 몰랐습니다.
올 설 명절, '읭 2월 캐스트 머 쓰지'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요.

문득, 최근 마계 대전 업데이트 때
던전은 퀄리티 높게 잘 만들어 놓고 정작 보상 설계를 잘못해서
맑은 유리의 흠집이 더 눈에 띈다고
괜히 욕을 많이 먹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로코 레이드도 그렇게 말아먹으면 어쩌나 싶은 것이죠.

그림시커 일곱 명의 희생으로 시로코가 부활하는 것을 잘 버무리면
적당한 보상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이곳저곳에 의견을 물어보며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편집을 하려니
이번 캐스트는 텍스트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짤 하나로 만들 수가 없고
그렇다고 공식 홈페이지 텍스트 에디터를 쓰자니
제가 캐스터 활동 초기부터 지금껏 계속해서 피드백을 드려도
흔들리지 않는 불편함으로 마중을 나오십니다.

특히 공홈 캐스터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이것입니다.

몇 안 되는 공홈 캐스터 하코린 님의 캐스트

모바일에서 공홈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반드시 설치할 수밖에 없는 던파ON으로
공홈 캐스터의 캐스트를 열람하려고 하면
확대조차 안 되는 웹 버전으로 출력됩니다.

그나마 짤 하나만 툭 던지고 마는 저와는 달리
하코린 님처럼 장문의 글을 정성껏 쓰시는 캐스터 분들은
이로 인해 잃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전부터 오랫동안 고민했던 블로그 개설을
이번 기회에 기어이 실행하게 됩니다.

A. 그러게요, 결국 던파 때문이네요.

컴퓨터 관련 전공자랍시고 어쩌다 웹 디자인 기술을 익힌 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일을 크게 벌립니다.
일부러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플랫폼인 구글 블로거를 선택하고
제 취향에 알맞게 슥슥 개조를 해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 블로그입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습니다.
아예 공홈의 업데이트 페이지를 카피해보기로 합니다.
이왕 카피할 거면,
원본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Q. 근데 이걸 다 혼자서 했어요?

웹 디자인의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다른 사이트의 페이지를 카피해오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저는 구글이 마련해준 기본 틀이 있어서
현업 종사자분께서 이 페이지를 보신다면
포트폴리오 축에도 안 끼워주실 겁니다.. 하하;

게다가

A. 캐스터 냠키 님과 고대의도서관 님께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제가 캐스터 냠키 님을 아주 존경합니다.
저도 활동 중에 던파 스토리를 창작하는 시도를 해봤는데요
시로코가 잠식한 이튼 대륙보다 어두운 흑역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거의 매주 척척 해내시는 게 정말 놀라워서
언젠가 한 번 협업을 해보리라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번에 좋은 껀덕지가 생겨 제안을 드렸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제안을 승낙하시더니
'창작하신 레이드 진행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던져주십니다.

당시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 전혀 없었기에
되는 대로 '시로코가 미들오션으로 토꼈다'라는 플롯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려가 있습니다.
...

바로 까였습니다.
알고 보니 공식 액트 퀘스트에서
시로코가 이튼으로 향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입니다..

스토리 작가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플롯을 수정하고 대충 다듬어서
이 캐스트의 선배님이신 [만약에, 시로코 레이드가 나온다면?]의 작성자
고대의도서관 님께 다시금 조언을 구했습니다.

...
또 여쭤보실 것이 있으시다면 최대한 제가 돕겠습니다.

지난 캐스트와 같은 주제로 진행하는 것이 불쾌하셨을 법도 한데
고대의도서관 님께서 오히려 굉장히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셔서
대운하의 록시 부분과 2페이즈 정신지배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캐스터분의 조언을 듣고 나니
스토리 부분에서 좀 더 각을 잡고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이 이후로 [DFU]와 인게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반영했습니다.

점차 캐스트의 윤곽이 완성되고
그동안 냠키 님께서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Q. 또 할 거예요?

A. 복학해야죠.

이번 캐스트를 온 힘을 다해서 작성한 까닭이자,
이 후기글을 굳이 한 번 더 캐스트로 발행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곧 3월에 복학을 합니다.
요새 졸업 요건 확인하느라 머릿속이 참 복잡합니다.
사범대인데 교직 이수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은 방학 동안 애매하게 남은 졸업 요건 마무리하고
3월 중순부터 교생 실습 다녀오고
'몸소 겪어 보니 교직 생활 할 만하겠다' 싶으면
임용고시 늦게라도 준비해보고
11월에 임용 1차 시험 치고
아마 떨어지겠지만 설마 붙으면 내년까지 2차 준비하고

꼭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아마 이렇게 안 흘러갈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이러다 보면
짤 유지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하는 마음으로
빡세게 한 번 준비해 보았습니다.
뭐, 던파 캐스트 다음 기수도 지원하긴 할 겁니다.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래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활발하게 활동할지도 모름.




이상, 캐스터 케펨이었습니다.